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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7 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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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潭의 書藝漫評



"현대는 지나친 규격화시대이다. 모든 공산품은 규격화되어있고, 우리의 정서는 여기에 점점 메말라 간다. 서화디자인은 이러한 우리의 기계적 환경을 좀 더 인간적 환경으로 순화시킬 수 있으며 서화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는 해담(海潭) 오후규(吳厚圭) 선생이 밝힌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의 창립 배경의 한 내용이다.


뉴스부산은 지난해 11월 28일부터 '기존의 서예법을 벗어나 서화의 감성 디자인을 현대 미술에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오후규 회장의 서예만평(書藝漫評)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시간으로 지난해 월간서예에 게재된 '개막식에서 건방떨지 마라'를 소개한다. 선생의 서예철학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NewsBusan.com 강경호 기자 -



Ⅰ.


공자는 군자다운 사람이 사는 세상을 원했고, 그 수단으로 예(禮)를 통한 인(仁)의 실천을 강조했다. (1)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것이기에 공자가 평생 강조하여야 했던가? 예는 배우기는 쉬워도 실천은 어렵다. 그래서 학력이 높을수록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은 각종 인간문화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실례(失禮)하는 사람을 두고 ‘무식하다’며 멸시하는 풍조는 예가 학력이나 학식에 좌우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에서의 예는 배워야 알 수 있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의무교육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상식의 범위라 하겠지만,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 예를 지키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트로이 전쟁도 예에서 비롯되었다 하니 고금을 막론하고 각종 크고 작은 인간 분쟁의 씨앗은 예라 하겠다. 예가 무엇이기에 전쟁까지 하는가! 사전에서는 예를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간단히 말하였지만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오늘날의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은 없을까? 당연히 없겠지만 좀 좁게 해석하여 ‘겸손’이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체험하는 겸손, 작지만 큰 예가 아닐까!


겸손한 사람에 대해서 고개가 숙여짐은 그 사람이 예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겸손은 지위고하 없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덕목이나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일수록 더욱 필요한 덕목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단체장들이 그러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자리에 앉자마자 솟아오르는 건방을 참지 못하면 대중으로부터 멸시를 받게 되고, 겸손으로 억누르는 사람은 존경을 받게 된다. 이러하거늘 후자가 드문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고, 그래서 공자는 이를 간파하여 『논어』에서 극기복례(克己復禮)를 강조한 것이리라.(2)


가끔, 이러한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 전시회 개막식이다.



(1) 공자 시대의 예는 예의범절에 해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률, 제도, 풍습, 관례, 전례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 이마미치 도모노부는 그의 저서 『동양의 미학』에서 공자가 말한 예는 전례(典禮)만을 말한다고 주장한다.


(2) 『논어』 「안연편(顔淵篇)」,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顔淵曰 “請問其目.” 子曰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顔淵曰 “回雖不敏, 請事斯語矣.(안연이 인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기심을 극복해서 예로 돌아가는 것을 인이라 할 수 있다. 하루 동안이라도 이기심을 이겨 예를 회복한다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자기 몸에 달린 것이지, 남에게 달린 것이겠는가?” 안연이 “청컨대 그 실천 항목을 묻겠습니다.” 하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예가 아니면 보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를 말아라.” 그러자 안연이 말하기를, “제가 비록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이 말씀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Ⅱ.


얼마 전 어떤 개막식에서 새삼스레 느낀 점이다. 서화전 개막식에 가면 좋은 일이 많다. 먼저, 각자 정성을 다한 작품을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하나하나 깊게 보며 작가의 작품 의도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지인과 인사도 나누고 또 가끔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되니 역시 즐거운 시간이다, 여기에 더하여 개막식 주최 측의 인사말도 들어볼 만하고, 특히 명사의 축사는 유익한 내용이 많아서 도움 될 것이 많다. 필자는 이런 배움과 사교의 광장이 개막식이라 생각하고 비교적 자주 가 보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좋은 곳은 아니고, 특히 내외빈 소개나 축사 때에 드물기는 하지만 어색한 장면이나 실망스러운 경우도 보게 된다.


개막식 내외빈의 좌석은 주최 측에서 정해두는 것이 상식이고, 참석자는 지정된 자리에 앉는 것이 예의이다. 지정석이 없을 경우는 주최 측이 권하는 자리나 적당한 자리, 혹은 손님 상호 간에 서로 권하고 양보해 가며 앉으면 될 것이다. 물론 이때도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도 되겠지만 수천 년 동안 우리 사회의 불문율로 내려오는 오륜지서(五倫之序)에 따르는 것이 보기도 좋고 무난할 것이다. 어느 경우이건 서로가 권유와 양보를 하는 것이 겸손이며 미덕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만으로도 개막식은 성공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항상 자기가 가장 먼저 소개되어야 한다며 스스로 맨 선두석(先頭席)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주최 측의 생각과 상관없이 여기서는 자기가 최고의 예술단체장이니 당연히 축사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주최 측에 노골적으로 항의하며 자신이 제일 윗사람이라는 훈시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이 남을 위한 지적이라면 얼마나 좋겠냐만 자신을 두고 하는 것이니 다시금 겸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정부 행정단체장도 아닌 민간단체장의 행동이 이러하다면 많은 사람이 불편하게 생각하게 됨은 당연하고, 이로 인해 개막식 참석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원로도 생기게 된다. 물론 대부분은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누가보아도 어른이고 어렵게, 또 멀리서 온 귀빈인데도 군중 속에서 자신을 낮추기도 하고 어쩌다 소개되었을 때는 송구스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공공단체는 선후가 비교적 명확하나 민간단체의 경우 다소 복잡하다. 단체의 성격이 법인인지 아닌지, 범위가 국제, 국내, 지방 단체인지, 본부 혹은 지부인지, 단체장의 나이나 회원의 과다 등도 고려 대상일 수는 있다. 어디까지나 예의범절에 관한 상식으로 정하는 것이지, 정해진 순위는 당연히 없다 할 것이다.



Ⅲ.


오만과 겸손은 누구에게나 있다. 지위가 높을수록 마음속의 오만이 두드러지기 쉬우나 겸손으로 눌러야 돋보인다. 물론 겸손만이 만사 미덕은 아니다. 때로는 오만이 출세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대인 관계야 겸손이 우선이겠지만 그 대상이 개발이나 창작 특히 미술 작품일 경우 겸손보다는 단연 오만이다. 그러나 대인관계인 개막식에서는 겸손이 우선이다.


단체장이라면 군림하지 말고 건방 떨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 겸손하면 좋겠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식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그 단체도 허약해질 수 있다. 작품에서도 내면에 숨겨진 겸손이 있어야 재미가 있듯, 손님이 스스로 상빈 행세할 것이 아니라 주위의 연장자에게 겸손을 보이면서 상석을 차지한다면 더욱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어떤 곳이거나 사람의 일에는 예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개막식에서 휘호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것도 하나의 의식이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고 본다. 역시 젊은 사람이 불쑥 나서는 경우는 실례라 할 것이다. 본인의 의도와 달리 곱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주최 측은 초청 인사들이 본의 아니게 실례를 범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 요령으로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나, 사회적 우선순위도 애매한 점이 있다면 역시 오륜지서에 따르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자신을 내 세우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먼저 휘호 석에 나선다면 무식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우려가 있고, 식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령은 있다. 예외가 있듯 경우에 따라서는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인데, 이때도 ‘겸손’이라는 ‘면제카드’를 살짝 내보이기만 하더라도 교양인으로 크게 돋보일 것이며, 식장 분위기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관련 기사, 海潭의 書藝漫評
- (1) 서예를 하면 행복할까?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1208
- (2) 現代는 書藝革命의 時代이다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1298
- (3) 영화 “러빙 빈센트”와 서예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1383
- (4) 기준을 달리하면 행복한 서예 http://newsbusan.com/news/view.php?idx=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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