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박진규
연휴에 어린이날이 붙어 삼일을 노는데
칼기운이 싫어서 수염을 그냥 두었는데
사춘기 딸아이가 자기스타일이 아니라며
연방 눈을 흘긴다.
나는 셀 수 있는 수염을 슬슬 만지며
짭조름한 수염내를 흠흠거리며
만화책 읽는 딸아이의 햇감자알 같은 어깨에
몰래 다가가 턱을 비벼 주었다.
정오가 다 되어 어린 염소 부리듯
식구를 데리고 그 허름한 식당에 가서
양파양념 넣어 걸쭉한 국수룰
아침 겸 점심으로 먹었는데
국수를 젓가락에 감고 고개를 숙였는데
내일 내일이 생각나 혼자 가슴께가 저릿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