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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25 19: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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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는가? 늪에서 뭍으로 다시 들어서 산으로, 정상이 지척인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2020년 4월 18일 불곡산 악어바위 앞에서.




[들어가면서] '최원호 기자의 자기경영'은 일상에 내던져진 자신을 관조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독자에 따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도 있는 글과 사진에는 수십 년간 우리나라 명산을 누비며 '발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정직한 풍경과 맑은 기운'이 글쓴이의 머리와 가슴을 통해 복제되고 있다. 모쪼록 최 기자의 자기경영이 '뉴스부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유로 버무려지는 작은 '자기 소통의 공간과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뉴스부산 대표 강경호 -




뉴스부산초대석=최원호 자기경영



(72) 말은 사라져도 상처는 남는 법



말에 입은 상처는 칼에 맞은 상처보다 깊고 오래간다. 맞는 말이다. 말은 사라져도 가슴에 맺힌 상처는 오래오래 살아 남는다. ‘너는 왜 그렇게 박자를 못 맞추니?’, ‘너 참 음치다’ 지금부터 40년도 더 지난 중학시절 음악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때 이후로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노래 부르는 것이다. 친구들이 기분 좀 내려고 노래방이나 가자고 하면 기겁을 한다. 말 한마디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대든다. 행동은 점점 거칠어지고 말은 험악하다. 하루가 다르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제는 대부분의 말은 욕설이나 저주에 가까운 험담이다. 한마디로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보며 점점 고민이 깊어간다. 집에서야 부모들이 인내하며 사랑으로 보살핀다고 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사고치기 딱 알맞다. 반항하는 아들을 힘으로 누를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 부작용이 더 걱정스럽다. 어느 날 아버지는 널찍한 송판 하나와 대못 그리고 망치 하나를 들고 아들과 마주 앉았다. 아버지는 차분하게 아들에게 제안 하나를 한다.


“아들아, 네가 화가 나고 욕이 치밀어 오를 때는 마음대로 하려무나. 그런데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고 난 다음에 바로 이 송판에 커다란 대못을 하나씩 박으면 어떻겠니? 못질을 하다 보면 아마 화도 어느 정도는 풀릴 것 같은데….” 그러자 아들은 퉁명스럽게 “그러죠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시간은 쉼 없이 흘러 어느덧 판자에는 못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못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그 순간, 아들에게도 문득 깨달음 비슷한 느낌이 왔다. ‘내가 이렇게나 많은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살고 있단 말인가?’



▲ [뉴스부산초대석] 최원호 자기경영=활짝 핀 꽃송이 눈길을 붙들고, 깊어가는 향기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2020년 4월 18일, 불곡산 들머리에서.



이제 아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말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같다는 생각을 거듭하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 놓게 된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번에는 네가 화를 한번 참거나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송판에 박힌 못을 하나씩 빼도록 해 봐라.” 인간이면 누구나 그렇듯이 아들도 새로운 목표가 생기자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솟구쳤다. 그는 그날부터 화가 나거나 욕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마다 죽을힘을 다해 참아내기 시작한다.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그 많던 못도 하나 둘씩 빼져 나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드디어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뽑아 버리게 되었다.


아들은 못 하나 남아 있지 않은 판자를 들고 자랑스런 얼굴로 아버지 앞에 섰다. 아들의 대견스런 모습을 본 아버지는 흡족한 얼굴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아들아 이제 그 판자에는 못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더구나 너도 예전처럼 화를 내거나 욕설을 하지 않아서 나는 너무 기분이 좋다. 그렇지만 한가지 꼭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못이 다 빠진 판자지만 여전히 못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지? 그렇단다. 험한 말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상대의 가슴에 남은 상처는 말끔하게 없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명심하거라. 말은 사라져도 흔적은 남는다는 사실을…….”



최원호 기자 cwh3387@paran.com




▶관련기사, (71) 두려움을 물리치는 건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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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남아카데미 대표, 능률협회 교수, 재능교육연수원(JSL)·동양문고 대표, 컨설턴트, 일본사회문화연구소, 전 삼성그룹(삼성카드 경영혁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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