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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7 15: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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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부산ART] 강경호 이야기=서예가 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선생은 40년 전부터 매료된 `상형문자` 창작을 통해 현대 서예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특별인터뷰=그림문자(圖畵文字) 창작 40년 외길, 남천(南泉) 노두호(盧斗鎬)



[뉴스부산ART] 들어가면서=이 시대 사표로 존경받고 있는 교육자이자 서예가 남천 노두호(1932~) 선생의 서예 연구원을 방문한 지난 3월 26일 오후. 아흔의 고령에도 서예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이어온 선생은 오는 6월 개최되는 대한민국서화디자인전에 출품할 작품 제작을 최근 끝냈다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1955년 마산상고 교사로 교육계에 첫발을 내디딘 선생은 지난 1997년 금성고 교장으로 42년간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40년 전부터 매료된 한자의 원류 '상형문자(象形文字)'를 이용한 현대 서예 창작에 매진해왔다. 본 인터뷰는 앞서 30여 년 전 국전 등에 이미 서예가로 필명을 알린 선생이 그림문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40년 외길 창작에 빠져버린 도화 문자 창작과 선생의 서예 철학 등을 몇 편으로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 허명(虛名)과 교만(驕慢)의 일부 서단에 선생의 정신과 열정이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강경호(예술감상전문가)



<1> 남천 노두호(盧斗鎬) 선생

<2> 창작 그림문자(圖畵文字)

<3> 수석 명상

<4>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





"서예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장 단순한 도구로써 가장 심오하고 예술성 짙은 작품을 창조해 낸다는 '성취감'이라고 봅니다."



<4> 서예(書藝)를 이야기하다


→ 지난 4월 26일자, '수석 명상(3)'에서 이어집니다. "문자를 대상으로 표현된 것이 예술적 가치와 심미의 대상이 될 때 이를 서예라 칭할 수 있다." 남천 선생이 지난 1977년 정년 기념 문집에서 밝힌 내용이다. <묵향에 묻혀> '서예를 생각한다'에서는 '서예의 가치, 서예의 매력, 서예인의 자세와 사명' 등 평소 서예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본 편은 이들 중 일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서예의 가치


일반적으로 서예는 한국에서는 예술적 측면을 강조한 서예(書藝), 중국에서는 기술(기교)적 측면의 서법(書法), 일본에서는 정신적 측면을 강조한 서도(書道)라고 통칭한다. 상호 배타적이고 이질적인 용어들이 아니라 동양 3국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특성상 에 예, 법, 도가 결합하여 생성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예는 동양의 독특한 정신문화의 유산으로서 끊임없이 이어져 왔는데, 다른 예술에 비해 서예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정신을 보다 중시한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서예는 또한 오랫동안 참된 인격을 형성케 하고, 아름답고 숭고한 함축미에서도 도덕과 더불어 일상생활에도 지대한 공헌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학문이나 예술 종교 등의 정신적 가치보다는 모든 것이 물질 만능 주의로 기울어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물질적 부를 즐기는 방향으로 쏠려 사회의 가치평가를 생산과 부를 표준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문화 경시 현실이며 그것이 심하게 되어 인간소외의 심각한 사회를 만들게 되었다. 현대인의 상실된 인간성 회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은 우리 모두의 문화적 동참과 가치관의 확립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예는 정서적 결핍과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혼탁해진 인간의 영혼을 정화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참예술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선생은 평가한다.


서예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서를 통하여 자신의 생활을 반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며, 물질 문명에 찌들어 사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준엄한 자아 성찰의 여유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청대의 학자로서 중국 서예미학을 종합했다는 평을 듣는 유희재(劉熙載)도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 하여 서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반영한다고 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상처받은 우리 현대인들이 조용히 붓을 들고 한 획 한 획 정성을 다하는 순간, 혼탁해지고 혼란스러운 마음은 사라지고, 서예의 고고한 멋에 경외심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서예의 매력


선생은 '서예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가장 단순한 도구로써 가장 심오하고 예술성 짙은 작품을 창조해 낸다는 '성취감'에 있다"고 단언하며, "일견 서예만큼 단순한 작업도 없다"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 근거로 "한정된 종이 위에 자칫 단조롭게까지 여겨지는 유일한 색채인 검은 먹물로, 혹은 한 자루의 붓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발휘해야 하는 단순한 작업"을 들면서도, "한 자루의 붓끝으로 자신의 복잡 미묘하고도 변화무쌍한 예술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예는 이해타산과 오욕칠정 등 세속의 번뇌와 집념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데에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붓을 들고 혼자만의 창작의 산실에서 조용히 묵상해 보라고 권한다. 그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바른 자세로 서예의 삼매경에 빠져 들어보라고.


남천 선생의 '서예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서예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다. 서사시(書寫時) 읽게 되는 옛 성현(聖賢)들의 시문(詩文)이나 고전(古典)에서 느껴지는 '문자향', 각종 서첩을 살피고 임모(臨模)하는 데서 터득하게 되는 '심미안',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진지함과 엄숙함'이 온고지신하는 지혜를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서예의 과정은 또 고인과 무언의 대화를 가능케 하는데, 이를테면 이백(李白)의 호방한 성품을 접할 수 있고, 두보(杜甫)의 고뇌에 찬 음성도 들을 수 있으며, 추사(秋史)의 독특한 개성을 엿볼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자, 옛 성현의 지혜와 교훈과 깊은 철학이 배어 있는 고귀한 말씀을 한 자 한 자 음미하며 써 내려갈 때의 가슴 벅참과 희열은 서예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어떠한 예술이든 하나의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예술가의 뼈를 깎는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험난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르의 예술가들이 그들만의 예술 창작에 남다른 열정을 쏟으며 매진해 나갈 수 있는 것은 그들만이 느끼는 예술에 대한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예술성 높은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선생이 확신하는 이유인 셈이다.


3. 서예인의 자세와 사명


앞서 언급했듯 "서예는 다른 예술에 비해 정신이 더욱 중시되는 예술"임을 강조했다. 그 이유로 서예가 기본적으로 '문자를 붓으로 쓴다'는 활동이므로 그 활동 자체가 상당히 제한적이며 문자라는 소재는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외적 형태를 통한 새로운 미의 창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어떤 형태보다는 획에 중점을 두게 되며, 한 획을 어떠한 정신으로 주입했느냐에 따라서 그 작품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생은 훌륭한 서예 작품의 창조를 위한 선결 사항으로 '훌륭한 정신'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작금의 일부 서예인들에게 안타깝다는 심경도 나타냈다.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한낱 기교에만 더욱 치중할 뿐, 서예의 요체인 정신을 망각해 버리는 이들이다. 그 예로 자기 과시욕의 표출이거나 현학적 태도의 발산일 뿐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예술과는 거리가 먼 '억지로 짜낸 작품', 기발한 조형의 추구로 짜낸 '족보가 없는 이상한 형태의 글씨', '상을 타기 위한 글씨', '상업적 목적을 위한 글씨', 글씨보다는 '표구에 더 정성을 들인 작품' 등을 들며, 이러한 것들이 양산되고 있는 서예계의 현실은 빨리 청산해야 할 폐습들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교로만 무장한 서예인에게 "그 원천이 고갈되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은 중도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비운을 스스로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하고, 이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작품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오로지 다듬어진 글자만 써 내려가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생은 "모름지기 서예인은 선인이 남긴 귀중한 글을 해석하고 음미한 다음 그 글의 본질에 걸맞은 마음의 자세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는 지론을 밝히고, "자기가 쓰고 있는 글의 의지나 문의를 망각한 채, 기교에만 치중하다 보면 그 작품은 선인이 들려주는 심오한 사상의 본질과 문학적 향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단순한 글씨의 집합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서예인의 사명으로 '치열한 장인정신으로 작품을 창작해야 하는 예술가'를 꼽았다. 이를 위해 기나 필명을 얻기 위한 예술활동, 상품가치로 환원 시켜 창작에 임하는 이해타산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자신이 전수받은 기틀 위에 예술의 독자성과 시대성을 담은 예술품 창작이라는 높은 예술혼을 불태울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자만의 예술적 성취감으로만이 아니라, 서예가 후세들의 인성교육과 생애교육을 담당해야 할 학문의 한 분야의 관점에서 예술인으로서의 서예인은 교육자로서 임무도 수행해야 할 이차적 사명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육자로서, 서예가로서 24년 전 선생의 말씀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사진=강경호(아트디렉터, 예술감상전문가)
writing and photography; Kang Gyeong-Ho(author, art appreciation e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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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 노두호(南泉 盧斗鎬)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졸업, 금성고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사)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사)한국서예협회 부산지회 명예회장, 저서:도화문자와 현대서예, 개인전(1997,부산일보), 대한민국서화디자인협회 고문.



인터뷰는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했다. 사진 촬영 시, 마스크를 벗고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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