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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9-08 15: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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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들어가면서]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만으로 30여 년 한길을 달려온 피아니스트 최지원(Choi Ji Won) 씨는 발레를 배우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았던 어느 날, 스튜디오 한 켠에 우아하게 놓인 피아노가 그녀의 음악 인생 앞에 또 다른 우주로 나타나면서 발레 피아니스트이자 발레 반주교육자로 나서게 됩니다. 무용수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만큼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반주자가 필요하다는 사명감, 그리고 아름다움과 진실을 창조해내는 작업의 현장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녀의 음악과 발레 반주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은 지난 9월 4일자(3회)에 이어집니다. 글 강경호(아트디렉터)



▲ 강경호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4). 디자인=KangGyeongHo







악보 그 자체의 헌신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음악과정에서의 연주자 세계와는 달리, 발레 반주 안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꽤나 관대하고 자상하며 이는 발레반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 발레 반주를 만나다(4)



지난 9월 4일자(3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럼 이제, 앞서 언급했던, 클래스 반주에 필요한 곡을 준비하기 위해서 반주자가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함께 연주한다는 것 혹은 반주를 한다고 했을 때, 물론 각각의 연주방법을 완전히 이해한다기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음악적 이해도를 아는 것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음악양식과 그 표현법은 인지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발레 반주의 가장 기본은 발레에 대한 이해이다.


가령, 음악이 무용수를 앞서가야 할지, 혹은 무용수 뒤에 음악이 놓여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 것, 즉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타이밍으로 무용수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발레반주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춤 동작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요구되는 몸의 테크닉을 고려한 춤 동작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졌다면, 음악의 맥박 빠르기, 박자, 프레이즈를 고려하여 클래스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동작 과정(Plie, Tendu, Jete, Rond jamb a terre, Fondu, Developpe 등)에 알맞은 음악 ‘선택’하는 것이 그 다음 과제이고, 선택한 곡으로 몸짓의 의미에 맞게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춤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였다 하여 모든 경우에 같은 연주 스타일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똑같은 곡이라도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악의 뉘앙스가 달라지기 때문인데, 주어진 곡을 작곡가의 의도에 어긋나지 않게 악보에 충실히 연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음악연주와는 차이가 있다.


원전판을 고수하고, 자칫 놓칠 수도 있는 작은 쉼표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소중히 해석해야 하며, 혹 인쇄의 잘못으로 인한 잉크 한 방울의 점 하나조차 원래 그랬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부터 가지게 되는 게 습관이 되었던 음악교육과정 속 연주자의 상황과는 다르다.


발레반주자는 동작에 따라 곡을 편곡할 수도 있고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곡하기도 한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조금씩 모아진 작은 아이디어들이 어느샌가 깜짝 놀랄만한 결과물이 되어있다.


피아니스트로써 작곡가의 의도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고 이는 작곡자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할 만큼 악보 그 자체의 헌신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음악과정에서의 연주자 세계와는 달리, 발레 반주 안에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꽤나 관대하고 자상하며 이는 발레반주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단지, 발레는 아주 형식적이고 고지식한 패턴이 고수되어야만 하는 무용장르이고, ‘있는 그대로’의 해석이 관건이 되는 음악연주와는 접근이 다르다는 것이지, 발레반주가 마냥 내 멋대로 혹은 분위기에 취해서 감정적으로 연주해도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님은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작곡과 편곡 능력도 훈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곡을 만든다는 것이 꽤 당황스럽고 겁이 나는 일이다. 오랜 연습 과정을 거쳐 머리와 몸에 기억된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암보를 위해 비워진 보면대가 아닌 필요에 의한 즉흥연주를 위해 비워져 있는 보면대는 어떤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많은 시간 준비된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의 모든 연주는 늘 어떤 두려움을 동반하는데 즉흥연주라는 것도 사실 끝없는 연습과 반복에 의한 결과물이기에 이 부분에도 시간을 투자해 실력을 쌓아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발레반주를 위한 피아니스트는 곡을 선택하고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일련의 과정을 함에 있어 자유로운 권한을 가질 수 있으나, 동시에 주어지는 임무와 책임은 굉장히 막중한 것이기에,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도태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몇 가지 요소의 언급에 불과하긴 하지만 정리해보면, 클래스 반주에서 피아니스트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춤과 동작에 따른 적합한 음악에 대한 총괄적이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인 지식의 초석 위에 상황판단력, 융통성을 가지고 자기개발을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글.최지원(발레 피아니스트, 이화여대 발레 전공전임 반주강사)




▲ 강경호이야기=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4). 디자인=KangGyeongHo


9월 11일(토)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세계- 발레 반주를 만나다(5)'가 게재됩니다.



▶ 관련 기사

발레피아니스트 최지원, 발레 반주를 만나다(3)

http://www.newsbusan.com/news/view.php?idx=7845


▶ 관련 영상, 음반

Warm Up (Ballet Class Music) 최지원 발레클래스음악

https://youtu.be/x-QMPBOcIlc

https://link.inpock.co.kr/rir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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