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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26 23: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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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훌쩍 넘었다싶다. 그림과 함께 캘리그라피 작업을 시작한 지도.


학창시절 동아리 시화전이다 뭐다하여 한두 푼 모아둔 회원들의 회비로 직접 합판을 구입해 밤을 새워가며 톱으로 자르고, 켄트지를 입히고, 호지켓으로 모서릴 돌아가며 촘촘하게 판넬을 손질하던 시절. 그때부터 캘리그라피는 시작되었다.


말라비틀어진 물감과 얼마 남지 않은 포스터칼라 물감 통을 부여잡고 수채화 붓을 하얀 판넬 위로 휙~! 휘젓던 그 시절부터. 그런데 사실 그보다 훨씬 오랜 전 캘리그라피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기를 즐겨했던 나는 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 중순이면 이삼 일간 사촌형과 조그만 방구석에 엎드려 성탄절 카드와 신년 연하장을 수백 장씩 그려냈다.


내용도 단순했다. 들어가는 문구도 단순했다. 메리크리스마스, X-MAS,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등이 단골 메뉴였다. 근하신년謹賀新年, 하정賀正같은 글자 마무리는 고무지우개로 판 도장으로 대신하였다.


일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이젤과 박스를 둘러메고 당시 남포동, 충무동, 광복동 시내 노상에서 팔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청춘남녀는 마음이 따뜻한가 보다. 가끔 "카드 사세요"를 외치며 걱정스레 서 있던 우리에게 지갑을 열곤 했다.


그 때를 회상해보면 피식 웃음이 나던 시절이지만, 생각해 보면 한글과 한자는 물론 영문까지도 실전의 캘리그라피 교육과 실습을 제대로 해왔던 턱이다.


작은 카드 하나 연하장 하나이지만, 그림과 글씨가 어우러진 공간이 아닐 수 없다. 크기와 재질을 구상하고, 그림과 소재, 문구 그리고 구도와 색상까지. 이보다 멋진 캘리그라피의 작품 세계는 많지 않다.


첫 개인전을 열면서 강경호 캘리그라피전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다.


전시에는 뎃생, 크로키, 유화, 디자인,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작업물을 내놨다. 다행히 박재동, 고 남영철 작가의 지도를 받았던 인연으로 개인전 서문을 박재동(만화가·한예종 교수) 형에게 부탁하면서 캘리그라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다만 한 가지 그의 작업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손에 잡히는 간단한 도구로 글씨와 그림 혹은 다른 그 무엇이든 쉽게 즐기게 하겠다는 화백의 뜻이 숨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캘리그라피가 먹을 사용한 서예용 붓으로 쓴 글씨만을 고집하는 狹義의 개념에서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경호 Artist, Calligraphy작가


[관련 기사] 강경호의 캘리그라피 이야기 <1> 캘리그라피 http://www.suyeong.net/news/view.php?idx=860




[덧붙이는 글]
오늘부터 '강경호의 캘리그라피전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캘리그라피에 대한 단상, 작업 과정, 작업 배경, 작품 등 순서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성의껏 생각의 보따릴 풀겠습니다. 관심 있는 작가와 독자의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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