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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10 20: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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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ign = KANG GYEONGHO | Jan 10, 2022






뉴스부산ART : 해담의 서예만평(40)


-서예작품이 저평가되는 이유(1)-



서예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이유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알아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화의 경우, 한국인 작가라도 수십억 원에 낙찰되는 작품이 있다. 이에 비해 서예작품은 왜 저렴할까?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첫째, 작품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이것이 왜 가격과 연관되는 것일까? 회화(서양화)에 비유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값비싼 그림은 어떤 그림인지 생각해 보자. (값이 비싸다 해서 좋은 그림은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모나리자>의 경제가치가 40조 원이라 했는데, 사실 <모나리자> 앞 언제나 사람이 모인다. 그렇다면 여기에 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화가라면 당연히 ‘어떻게 그리면 돈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모범 답은 있을 것이고, 그 답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시간’일 것이다. 인간 만사가 결코 시간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년 1월 1일, 하느님으로부터 누구나 공평하게 365개의 똑같은 선물을 받는다. 2022년 1월 1일에도 어김없이 그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크로노스’ 시간인데 1년 동안 여행, 사업, 취미 등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사용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소비한 시간은 그대로 자신의 ‘가치’로 쌓이게 된다. 그리고 그 가치는 돈이 될 수 있고, 돈은 에너지와 연관되면서 “시간≈돈≈에너지”의 관계를 갖는다.


좀 더 덧붙이면, 에너지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니 당연히 많을수록 좋다. 에너지 중에 가장 고급에너지는 거의 100% 가깝게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전기이다. 그런데 전기에너지보다 더 양질의 에너지가 있다. 바로 돈(cash)이다. 1,000원의 돈은 1,000원에 해당하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교환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에너지이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탐하고,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시간은 돈과 에너지로 연결되는 중요한 개념임에도 우리는 시간이 공기와 같이 무한정 있는 것으로 착각하여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독 미술가는 다른 직업인에 비해 시간이나 돈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순수한 면은 있지만 좋은 현상은 아니다. 시간이나 돈은 우리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시간은 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필자가 본연재(本連載) 어디에서 언급한 바 있는 “추앙추1)”는 그 좋은 예이다.

1) 옛날 중국에 추앙추라는 유명한 화가가 있었다. 어느 날 황제가 그에게 게 그림 하나를 그려달라고 했다. 추앙추는 열두 명의 시종과 집 한 채, 그리고 5년의 시간을 요구했다. 황제가 그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 완성하지 못한 추앙추는 황제에게 다시 5년을 더 달라고 했고, 황제는 추앙추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10년이 거의 지날 무렵 추앙추는 붓을 들어 먹물에 찍더니 한순간에, 단 하나의 선으로 지금까지 보았던 가장 완벽한 게를 그렸다. 그림 속에서 게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황제는 크게 만족하여 추앙추에게 큰 상을 내렸다.

이 이야기에 의하면 추앙추는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의 대가로 황제로부터 12명의 시종과 집을 얻었으며. 황제는 그 대가로 10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축적된 추앙추의 그림을 얻었다. 추앙추의 그림에는 10년의 세월(시간)이 들어 있고, 그 가치는 황제가 지불한 값(12명의 시종과 집)과 등가를 이룬 것이니 시간이 돈으로 바뀐 것이다.


▲ 〈우주, 5-Ⅳ-71 #200〉, 김환기(1912~1974), 1971, 캔버스에 유채, 254 x 254cm. 김환기가 4각 도형을 드문드문 그렸다면 값이 어떠했을까? 마크 로스코와 같이 색 덩어리로 만들었다면 값이 어떠했을까? 김환기는 수없이 많은 4각 도형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기에 소비했을까?


다시 생각해 보자. 어떤 그림이 돈이 될까? 고목의 나이테처럼 시간이 축적된 그림,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값은 올라간다 하겠다.


예는 수두룩하다. 작품 시작에서 완성까지 걸린 시간이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16년, <최후의 만찬>은 15년 걸렸다고 한다[신순규, <세상 사는 이야기>]. 2019년 크리스티 홍콩에서 132억 원에 낙찰된 김환기(1913~1974)의 <우주>도 보는 순간 그 축적된 시간에 가슴이 놀란다. 작가는 작품 제작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완성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더 많은 돈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 이야기는 그림의 경우이나, 무슨 작품이든 후다닥 끝내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작품은 가볍게 보일 뿐만 아니라 가치 있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사유하고 작품 하면서도 사유하고, 작품 후에도 사유해야 좋은 작품이 된다. 이러함에도 누군가는 ‘일필에 완성된 작품’이라 자랑하나 후다닥 얼렁뚱땅 만들어진 명작은 없다.


서예는 작품제작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아주 틀린 말이기도 하며 별로 상관 없는 말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의 <침계(梣溪)>2)처럼 30년에 걸쳐 완성된 것도 있고, 국당 조성주 금강경 전각(全刻) 작품3), 청악 이홍화 <금서 금강경>작품 등은 10년도 더 걸릴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본 고에서 말하는 작품[소품]은 대부분 짧은 시간 내에 완성되니 보는 사람은 서예를 쉽게 생각하게 된다. 물론 순식간에 작품을 완성하더라도 이미 추앙추의 노력과 시간이 걸린 연후에 나타나는 결과임에도 보는 사람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특히, 현장 휘호에서 보면 수분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작품 하나 뚝딱이다. 전혀 어려워 보이지도 않고,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이러니 ‘아무 글이라 하나 써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2) 보물로 지정된 <침계(梣溪)>는 김정희의 학문적, 예술적 관심과 재능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 오른쪽에 예서로 ‘침계(梣溪)’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로 발문(跋文)을 쓴 작품이다.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1793~1847)이 자신의 호 침계(梣溪)’를 김정희에게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梣)’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楷書)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는 내용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 김정희는 30년을 고민하였고, 이로 인해 김정희와 윤정현의 우정, 김정희의 인간성, 개성, 학문, 예술, 인품, 작가정신 등이 드러나게 된 작품이다.

3) 국당 조성주 선생은 2021년 5월, 인사동 한국전시관에서 1151개 옥돌에 <금강경>5,400자를 나눠 새긴 다양한 전서와 <</span>금강경>전문을 20폭 대형 인장에 새긴 병풍을 선보였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서예는 시간성 예술이나 조형으로 이해하게 되고, 짧은 시간에 조형이 완성되니 판화 찍듯 쉬운 작업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여기에 더하여 시간성에서 나타나는 고유 가치가 간과되어 저평가되는 것은 아닐까.4) 그렇다면 누가 보아도 작품에 시간과 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운필과 재료 선정에 유의하여 작품한다면 감상자도 대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도 자신의 작품에 더 큰 자부심과 애착심을 가질 것이고, 그것이 가격으로 나타날 것이다.

4) 음악은 시간성을 살린 예술이고, 서예에서의 휘호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서예가로서의 직업 정신이 부족하다. ‘서예가’라 하면 대부분 공모전 단체가 배출한 ‘000초대작가’이고,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작품관리에 소홀하다. 선비인지,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 애호가인지, 취미인지도 애매하다. 이러한 현실적 후진성도 서예가 저평가되는 원인이라 생각한다.


일부 서예가는 ‘고고한 인품’ 운운할 수 있을 것이나 오늘날의 삶에서 빵 없는 인품은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자신이 프로 서예가라 생각한다면 작품도 걸맞아야 하고, 그 자신도 평생 서예 프로로 살아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개인, 단체전은 물론이고 국내외 아트페어에도 나가야 하며 시장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초중급 서예가라면 화랑과의 전속계약도 맺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구매자들이 안심하고 작품을 사고5), 작가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서예의 경우 유통 인프라가 미비하여 실천에서는 난점이 많을 것이다.) 사실, 서예가도 직업이며, 프로가 된다는 것은 창업이고, 창업 정신을 가져야 비로소 ‘서예 작가’라 할 것이다.

5) 작품을 구입할 경우, 평생 소유만 할 생각으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되팔 수 있는 재산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구매자는 작가가 평생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작가의 작품은 구매를 꺼린다. 작품값이 하락하고 재판매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작품 관리상의 문제이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지인이 어느 날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한 교민이 보내온 편지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내용의 요지는 이랬다. ‘당신의 공모전 특선 작품을 잘 보았다. 대단히 마음에 든다. 혹시 작품하면서 연습했던 것이라도 좋으니 작품 한 점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인은 자신의 공모전 특선 소식이 뉴욕에까지 알려진 것과 자신의 작품이 높게 평가된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어느 작품을 보낼까, 새로 작품하여 보낼까 고민 중이라 했다. 이에 필자는 화가 났으며, 망설이지 않고 “보내지 마세요”하였다. 의외의 반응에 지인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사기꾼이 분명하다. 어떤 도록을 보고 무작위로 여러 사람에게 보냈을 것이요.”하였고, 이어서 아마도 상습사기꾼일 가능성이 있다 하였다. 지인은 필자의 말을 근거 없다며 섭섭해했는데, 그 후, 작품을 보냈는지 어떤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필자가 화가 났고, 지인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은 이것이 서예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서예작품은 쉽게 할 수 있으므로 구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서예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가치를 지킬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이것의 연장선에서 휘호나 작품기증은 신중해야 할 것이나, ‘국제난정필회’와 같은 순수 동호회에서의 휘호는 예외라 하겠다. 사실, 휘호는 서예의 시간성 효과와 과정을 감상하는 것이니 조형으로서의 서예작품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것의 구분을 말하는 이 없고 이해하지 않으니 결국 서예작품의 가치하락에 연관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렇게 서예(문인화 포함) 작품의 저평가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보면 자신의 작품은 자신이 먼저 존중해야 한다. 골동품 상가나 아파트 단지를 돌아보면 간혹 한심한 실정을 볼 때가 있는 것은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태도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서예가 저평가되고, 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 작품에 시간을 더하라는 것은 대작(大作)이나 장문(長文)의 작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 줄의 획을 말한다. 그리고 서예작가는 프로 정신이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작가의 주 수입원은 작품이 아니라 교육이며, 교육도 대부분 감상자[구매자] 교육6) 이나 서예의 바탕 교육[고전이나 시문학]이 아니라 작가양성 교육이다. 우선은 호구지책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감상자, 구매자, ‘멋있는 서예가’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6) 우리나라에서는 서예를 배우는 수강생 대부분이 공모전 초대작가가 목적이고, 어느 단체의 공모전이건 초대작가가 되면 작가로 활동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서예학원이 많다. 수강생은 대부분 서예를 이해하고 스스로 즐기고자 하는 감상자라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海潭 吳厚圭(書畵批評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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